헌 가구를 새 가구처럼, 헌 문짝을 새 문짝처럼, 헌 몰딩을 새 몰딩처럼, 체리색 샷시를 하얗게 하얗게! 사기꾼 같은 소리가 아닙니다. 필름 시공이 끝나고 나면 이 말이 진짜라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필름과 시트지

필름 그거 뭐, 시트지랑 똑같은 거 아닌가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혹자는 인테리어 필름을 프리미엄 시트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시트지와 필름을 구별합니다. 필름에는 윈도우 필름과 인테리어 필름이 있는데, 윈도우 필름은 흔히 볼 수 있는 썬팅지같은 자재를 말합니다(쏠라 필름이라고도 해요). 여기서 말하는 필름은 「인테리어 필름」 입니다.

좌) 윈도우 필름 | 우) 인테리어 필름

인테리어 필름은 무늬목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엄연한 실내 건축의 내장재로써, 일반적인 시트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시트지는 문구점이나 다이○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두께는 0.02㎜ ~ 0.09㎜ 내외의 비닐 재질입니다. 말랑말랑하고 잘 늘어나죠. 인테리어 필름의 두께는 0.16㎜ ~ 0.22㎜ 로 시트지보다 훨씬 두껍고 재질은 PVC 재질로 플라스틱에 가깝습니다. 시트지에 비해 빳빳하고 잘 늘어나지 않아요.

인테리어 필름은, 붙일 때 실수하면 다시 뜯기 어려운 시트지에 비해 초기 접착력이 약해 비교적 붙이기 편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접착력이 강해져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확신의 건축 마감자재) 시트지는 주로 문구용품 리폼이나 포인트 스티커, 간판 등에 사용되고 인테리어 필름은 내부 인테리어의 마감재로 사용됩니다. 가격은 인테리어 필름이 시트지에 비해 1.5~3 배 정도 비싼 편이에요.

시트지. 주로 유리나 간판의 광고에 쓰입니다.

간판의 글씨와 색깔이 들어간 배경, 유리에 붙은 「대성집」과 「원조」같은 글씨가 바로 시트지를 컷팅하여 만든 글씨이죠.

필름으로 어디까지 커버할 수 있을까?

인테리어 필름은 기본적으로 매끄러운 면에 잘 붙습니다. 표면이 거친 일반 합판보다는 MDF가 필름으로 마감하기에 좋아요. MDF 외에도 금속, 유리, 아크릴, 플라스틱 등에 부착이 가능합니다.
싱크대나 현관문, 샷시는 필름으로 흔히 리폼을 하는 부분이죠. 몰딩이나 걸레받이, 문짝, 문틀, 붙박이장도 많은 사람들이 인테리어 필름으로 리폼하고 있습니다. 거실의 아트월이나 천정의 등박스도 필름으로 리폼이 가능해요!

오크 색상의 화장대와 드레스룸 도어를 화이트 하이그로시 필름으로 환하게!

마찰이 잦은 샷시 틀 안쪽이나 마루, 물이 자주 닿는 싱크대 상판이나 욕실 가구는 필름으로 리폼이 불가능합니다. 필름은 열에도 약하기 때문에 가스레인지 근처나 식탁에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인테리어 필름은 강한 햇빛과 비바람, 심한 기온차에 변형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야외에도 사용할 수 없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LG와 한화에서 야외에 사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필름을 출시하긴 했습니다. 야외에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며 탁월한 내구성을 자랑하고 있는데, 아직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광고 문구가 정말인지 알 수 있는 후기가 없다는 점이 안타깝네요.

내구성이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LG의 옥외용 필름 「아웃도어」(이미지 출처 : LG 하우시스)

새로 가구를 짜는 경우에도 당연히 필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구를 사용하며 묻을 손때와 잔기스들이 걱정된다면 페인트보다는 필름으로 마감하는 것이 관리하기 수월할 것입니다. 하지만 필름은 페인트와는 달리 가구의 모서리나 굴곡진 부분에서 이어 붙이는 부분, 겹쳐 붙이는 부분이 생겨 눈에 띌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신경 쓰인다면 페인트로 마감하는 것이 좋아요.

현장에서 MDF로 만든 무지주 서랍형 TV 선반을 우드 패턴의 인테리어 필름으로 마감한 모습

필름 고르기

인테리어 필름은 LG하우시스, 한화L&C, 3M 등의 대기업에서 출시되는 제품과 로즈로사 등의 중소기업 제품이 유명합니다. 필름 시공자들 사이에서는 LG하우시스의 필름을 최고로 쳐주는 분위기에요. 퀄리티가 좋고 다른 브랜드의 필름보다 시공하기가 편리하다고 하네요.

LG하우시스의 Z:IN(지인) , 한화L&C의 BODAQ(보닥)

시공 면이 조금이라도 울퉁불퉁하다면 단색의 필름보다는 패턴이나 엠보가 있는 필름이 좋아요. 마감 전에는 눈에 띄지 않더라도, 필름 마감 후에 빛을 받으면 울퉁불퉁한 표면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필름에 무늬가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죠.

요철이 걱정된다면, 같은 색상이라도 엠보가 있는 필름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필름은 역시 화이트, 그레이 톤의 솔리드/엠보 필름과 밝은 우드 컬러의 필름이에요. 어디에든 깔끔하고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특별한 인테리어를 생각하고 있다면 포인트 컬러가 될 필름을 골라 방문이나 가구에 시공하는 것은 어떨까요?

차분한 인디언 핑크와 청량한 민트 컬러의 문짝

산뜻한 옐로 컬러의 다용도실 문짝

다양한 컬러의 인테리어 필름 (이미지 출처 : 한화 L&C 2018 BODAQ E-catalog)

튀는 컬러가 아니라도 프리미엄 우드, 패브릭, 콘크리트, 가죽, 메탈 등 특별한 소재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필름으로 방문이나 가구, 아트월을 꾸며보는 것도 좋아요.

골드와 블랙의 메탈 필름을 적용한 싱크대 하부장과 키큰장 (이미지 출처 : 한화 L&C 2018 BODAQ E-catalog)

최근 트렌드에 맞춰 출시된 대리석 필름이나 테라조 필름으로 가구나 벽면을 마감하는 것도 특별한 분위기를 만들어 줄 것 같네요!

트렌디한 테라조 패턴의 인테리어 필름 (이미지 출처 : 한화 L&C 2018 BODAQ E-catalog)

방염과 비방염

인테리어 필름에 방염처리가 된 것을 방염 필름, 방염처리가 되지 않은 것을 비방염 필름이라고 합니다.
「방염」이란?
실내 장식물 등에 방염처리하여 화재 초기의 화염 발생을 억제하여 급격한 연소 확대를 방지하고 인명 대피시간을 확보하여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를 막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방염 필름의 경우, 필름 표면에 방염처리를 하여 화재 발생 시 발화 시간을 지연시켜주는 것은 물론, 유독가스 배출이 적어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합니다.

한국소방산업 기술원의 방염&비방염 필름의 비교 시험 영상

아파트를 제외하고 층수가 11층 이상인 건물이나 숙박시설, 병원, 학원 등의 시설에는 법적으로 방염 자재를 사용하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나 일반 주택에는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지 않죠. 주거공간 인테리어에서 같은 디자인의 필름에 방염과 비방염 두 가지 옵션이 있을 때, 특별히 주문하지 않으면 업체에서는 비방염 필름을 기본으로 견적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염 필름의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이죠. 몇몇 제품의 경우에는 비방염 전용으로, 방염 옵션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용을 더 지불하고 안전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몫입니다. 방염 필름으로 시공하고 싶다면 견적을 받기 전 업체에 미리 이야기하세요!

시공비가 비싸지는 이유

언제나 숨은 비용을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필름을 구매한 업체에 시공을 함께 맡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필름 시공 비용은 ( 필름 비용 + 시공 인건비 )로만 계산하기 쉽지만, 사실은 자재 운반비와 프라이머, 퍼티 등의 부자재 비용도 계산해야 합니다. 구매한 업체에서 시공을 같이 할 경우, 자재 운반비를 절약할 수 있고 필요한 필름의 양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해도 넉넉히 가져와서 남으면 다시 돌려보내기 쉽기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확률이 낮아집니다.

구조와 평수가 같고 시공하는 부위도 같은데 어째서 견적이 다르게 나오나요?
샷시에는 들어가는 필름은 양도 적은데 왜 이렇게 비싼가요?

천정 몰딩 시공 난이도 「상」

시공할 면적은 그대로인데 시공비가 비싸지는 이유는 첫 번째로,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까다로운 작업이 있을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인건비가 상승하게 됩니다. 샷시에 들어가는 필름의 양은 적은데 시공비가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죠. 샷시에 필름을 시공하기 위해서는 창문을 모두 빼고 유리와 샷시 사이의 실리콘을 모두 제거해야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천정 몰딩 시공 난이도 「하」

문짝이나 붙박이장의 경우에도 올록볼록한 몰딩이나 장식이 붙어있으면 평평한 면을 시공하는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승하게 되죠. 이런 경우, 장식에 미련이 없다면 철거나 목공 단계에서 장식을 깨끗하게 뜯어내고 MDF를 덧대어 깔끔하게 마감해두는 것이 필름 시공 비용을 줄이는 팁입니다.

극악의 난이도. 필름 시공 불가능!

시공비가 비싸지는 두 번째 이유는 비싼 필름을 골랐기 때문이에요. 같은 디자인의 필름이어도 방염이 비방염보다 가격이 비싸고 단색 필름보다는 엠보가 있는 필름이, 일반 우드 필름보다는 프리미엄 우드 필름이 단가가 더 비싼 편입니다. 같은 브랜드라도 제품에 따라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만족스러운 마감을 위해서

무늬나 패턴이 있는 필름을 시공할 때, 특별히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시공자와 미리 상의하도록 합니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거나, 방향에 따라 로스(버리는 필름)가 많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이그로시 필름은 투명 보호 비닐을 떼어가며 시공해야 하죠!

욕실 문을 필름으로 리폼할 계획이라면, 건식이나 반건식 욕실이라면 괜찮지만 문에 물이 자주 튀는 구조의 욕실이라면 하자가 발생할 확률이 높으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꼭 필름을 붙여야 한다면, 습기에 의한 변형을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서 문의 바닥면까지 필름을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추운 날씨에는 필름이 잘 붙지 않기 때문에 토치나 열풍기를 사용해서 시공합니다.

필름 시공도 페인트 작업과 마찬가지로,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밑 작업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울퉁불퉁한 요철을 핸디코트나 퍼티로 메꾸고 매끄럽게 갈아내는 작업, 필름이 오랫동안 잘 붙어있기 위한 프라이머 작업 등이 그것이죠. 왜 아직도 필름을 안 붙이지?라고 생각 말고 공간의 변신을 기대하며 꼼꼼한 밑 작업을 응원해요!